★ 대순 전경 ★/●•―‥교 법

교법(敎法) 3장 1 ~ 29까지

고도인 2008. 7. 11. 10:47

교법(敎法) 3장 1 ~ 29 까지


1. 증산성사께서 “나는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치고 사람에게도 신명으로 하여금 가슴 속에 드나들게 하여 다 고쳐 쓰리라. 그러므로 나는 약하고 병들고 가난하고 천하고 어리석은 자를 쓰리니 이는 비록 초목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게 되는 연고이니라” 말씀하셨도다.


2.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을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


3. 나의 말은 늘지도 줄지도 않고 여합부절(如合符節)이니라.


◐ 여합부절(如合符節) : 부절이 서로 꼭 맞듯이 사물이 꼭 들어맞음.

 부절(符節) : 대나무쪽으로 만든 부신(符信). 대나무 쪽에 글자를 새겨 이것을 반으로 쪼개어 한쪽씩 나누어 가진 후 훗날 사신을 보내거나 어명을 전할 때 맞추어 보아 확인 하는 신표.


4.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 샐 틈 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뱃속에 출입케 하여 그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록 말뚝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연고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여 마음과 입과 뜻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라.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큰 운수를 감당키 어려운 까닭이니라. 부자의 집 마루와 방과 곡간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 차 있나니라.


5. 지금은 신명 시대니 삼가 힘써 닦고 죄를 짓지 말라. 새 기운이 돌아 닥칠 때에 신명들이 불칼을 들고 죄 지은 것을 밝히려 할 때에 죄 지은 자는 정신을 잃으리라.


6. 증산성사께서 가라사대 “만고 역신을 해원하여 모두 성수(星宿)로 붙여 보내리라. 만물이 다 시비가 있되 오직 성수는 시비가 없음이라. 원래 역신은 포부를 이루지 못한 자이므로 원한이 천지에 가득하였거늘 세상 사람은 도리어 그 일을 밉게 보아 흉악의 머리를 삼아 욕설로 역적놈이라 명칭을 붙였나니 모든 역신은 이것을 크게 싫어하므로 만물 중에 시비가 없는 성수로 보낼 수 밖에 없나니라. 하늘도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의 시비가 있으며 땅도 후박의 시비가 있고 날도 수한의 시비가 있으며 바람도 순역의 시비가 있고 때도 한서의 시비가 있으나 오직 성수는 시비와 상극이 없나니라” 하셨도다.


◐ 만고의 역신(逆神)을 해원(解寃)하여 모두 성수에 붙여 보내리라 하셨는데, 일의 진행에서 거스리는 것을 역(逆)이라 하고, 역신은 포부를 이루지 못한 자의 신(神)이므로, 목적을 두고 가는 데에는 반드시 방해하는 역신이 있는 것이다. 시속(時俗)에도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으니 이는 좋은 일에는 반드시 역도(逆度)가 있어 역신(逆神)이 붙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증산성사께서는 [공사] 3장 19절에서 “일본 사람이 조선에 있는 만고 역신(逆神)을 거느리고 역사를 하니라. 이조(李朝) 개국이래 벼슬을 한 자는 다 정(鄭)씨를 생각하였으니 이것이 곧 두 마음이니라. 남의 신하로서 이심(二心)을 품으면 그것이 곧 역신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역신이 두 마음을 품은 자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들도 역신인데 어찌 모든 극악을 행할 때에 역적의 칭호를 붙여서 역신을 학대하느뇨.’ 이러므로써 저희들이 일본 사람을 보면 죄 지은 자와 같이 두려워하니라”고 말씀하셨다.
또 『채지가』 [초당의 봄꿈] 편을 보면,

“원수의 왜적놈을 저의신주 위하듯이 원수왜적 말을듣고

저의고기 제가먹고 저의피를 제가먹고 못할일이 전혀없네

진왜는 고사하고 토왜가 무섭더라
왜놈위해 충신되면 그충신이 장구할까” 라고 하였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도리어 역신을 밉게 보고 흉악의 머리라 하며 역적놈이라 욕을 해대니 역신의 원은 점점 커져서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산성사께서는 모든 역도를 저지른 역신을 만물 중에 시비가 없는 성수(星宿)에 붙여 후천세상의 걸림이 없게 하는 공사를 본 것이다. 성수(星宿)는 별을 말하는데 별은 자기 자리에 있지 어떤 용사(用事)도 할 수 없고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갑론을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진리를 고집하는 사람의 주장은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기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니 별과 같은 것이다. 별은 수명이 다하면 떨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잘못된 진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시비를 할 필요가 없다. 잘못된 진리를 가진 사람은 잠시 별이 빛나는 것처럼 잘못된 진리를 피우다 별처럼 떨어지는 것이다. [교법] 1장 59을 보면 증산성사께서는 “어떤 일을 묻는 자에게 그 사람이 듣고 실행하느냐에 상관하지 말고 바른 대로 일러주어라”라고 하셨듯이 바른 대로 일러주면 되는 것이지 시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증산성사께서는 “하늘도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의 시비가 있으며 땅도 후박의 시비가 있고 날도 수한의 시비가 있으며 바람도 순역의 시비가 있고 때도 한서의 시비가 있으나 오직 성수는 시비와 상극이 없나니라”고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시비를 할 필요가 없다. 시비는 옳고 그르다는 것이다. 옳은 것은 옳은 대로 가고 그릇된 것은 그릇된 대로 가는 것이지 서로 이기려고 할 필요가 없다. 서로 이기려고 하는 것은 상극이라 한다. 성수와 같이 옳고 그릇된 것을 따지지도 말고 이기려고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기가 모르면 시비에 걸려들고 상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완성의 길이 수도(修道)다. 수도 없이는 도통이 없는 것이다.


7. 내가 보는 일이 한 나라의 일에만 그치면 쉬울 것이로되 천하의 일이므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노라.


8. 공사를 행하실 때나 또 어느 곳에 자리를 정하시고 머무르실 때에는 반드시 종도들에게 정심을 명하시고 혹 방심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보신 듯이 마음을 거두라고 명하셨도다.


9. 증산성사께서 형렬에게 교훈하시기를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부러워 말라. 아직도 남아 있는 복이 많으니 남은 복을 구하는 데에 힘쓸지어다. 호한 신천 유불사(呼寒信天猶不死)이니라.”


◐ 호한신천유불사(呼寒信天猶不死); 호한이나 신천 같은 새조차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 라는 뜻이다. 호한(呼寒)이란 새는 몸에 깃털이 하나도 없는 알몸으로 추운 극지방의 눈밭에 살고 있다는 새이다. 이 새는 밤이면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밤이여, 어찌 나를 이다지도 추위에 떨게 하는가?’ 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새이다. 밤새 발을 동동 구르며 ‘내일이면 집을 지어야지, 내일이면 집을 지어야지’ 하다가 어느덧 날이 새어 따뜻한 햇살이 비치면 양지 쪽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밤새도록 언 몸을 녹이다가 몸이 노곤해지면 잠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한 잠 자고 나면 어느덧 해는 중천에 올랐는지라 정신없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이와 같이 배부르고 따뜻한데 이 아니 행복한가?’ 하고 집짓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행복에 겨워 지내다가 다시 밤이 되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밤을 지새운다는 새이다. 또한 신천(信天)이란 새는 물가에 사는 물새인데 부리가 머리 위쪽에 달려 있어 제 스스로는 고기를 잡아먹지 못하고, 여울가에 서서 입만 딱 벌리고 있다가 물 표면을 뛰어오르는 물고기가 우연히 입으로 들어가면 먹고, 또 하늘을 나는 매가 먹이를 물고 가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 우연히 입으로 들어가면 먹고사는 새라고 한다. 하늘은 이렇게 비천한 새에게 조차도 복福을 주어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런데 인간에게 내린 복이 이 새들만도 못하겠는가? 복 없음을 탓하지 말고 주어진 복을 찾기에 힘 써야 하지 않겠는가?


10. 증산성사께서 병욱에게 이르시니라. “남은 어떻게 생각하든지 너는 전명숙(全明淑)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 너의 영귀에는 전명숙의 힘이 많으니라.”


11. 증산성사께서 타인에게 도움을 베푸셔도 그 사람이 알지 못하는도다. 이 일을 언제나 마땅치 않게 여겨 오던 형렬이 증산성사께 아뢰기를 “증산성사께서 자식을 태어주시고도 그 부모에게 알리지 않으시오니 무슨 까닭이 오니까.” 증산성사께서 가라사대 “내가 할 일을 할 뿐이고 타인이 알아주는 것과는 관계가 없느니라. 타인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소인이 하는 일이니라.”


12. 증산성사께서 천원(川原) 장에서 예수교 사람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여 수십일 동안 치료를 받으며 크게 고통하는 공우를 보시고 가라사대 “너도 전에 남의 가슴을 쳐서 사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생각하여 뉘우치라. 또 네가 완쾌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전에 상해한 자가 이제 너에게 상해를 입힌 측에 붙어 갚는 것이니 오히려 그만하기 다행이라. 내 마음을 스스로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 공우가 크게 감복하여 가해자를 미워하는 마음을 풀고 후일에 만나면 반드시 잘 대접 할 것을 생각하니라. 수일 후에 천원 예수교회에 열두 고을 목사가 모여서 대 전도회를 연다는 말이 들려 증산성사께서 가라사대 “네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하여 열 두 고을 목사가 움직였노라” 하시니라. 그 후에 상처가 완전히 나았도다.


13. 증산성사께서 몇 달 동안 경석을 대동하시고 공사를 보셨도다. 이 때 증산성사께서 임파(臨파) 최 군숙(崔君淑)의 집에 머물고 계셨는데 어느 날 이곳을 떠나 동곡에 들르지 아니하고 바로 태인으로 가셨느니라. 이 일로써 광찬은 “우리는 다 무용지물이라”고 더욱 불평을 품고 증산성사를 크게 원망하는지라. 형렬은 민망하여 태인 하마가로 찾아가서 증산성사를 배알하고 광찬의 불평을 알리면서 “어찌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를 문하에 머물게 하시나이까”고 의견을 아뢰니 증산성사께서 “용이 물을 구할 때에 비록 가시밭 길이라도 피하지 않느니라”고 말씀하시니라. 형렬이 곧 돌아와서 광찬에게 “고인 절교 불출오성(古人絶交不出惡聲)이라 이르고 금후부터 불평을 말끔히 풀라고 달랬도다.


◐ 고인절교 불출오성(古人絶交不出惡聲); 옛 사람은 관계를 끊을 때 비난하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14. 증산께서 김병욱이 차력약을 먹고자 하기에 “네가 약을 먹고 차력하여 태전을 지겠느냐. 길품을 팔겠느냐. 난리를 치겠느냐. 그것은 사약이니라”고 이르시고 그런 생각을 버리게 하셨도다.


15. 또 하루는 경석에게 가라사대 “갑오년(1954년) 겨울에 너의 집에서 삼인이 동맹한 일이 있느냐”고 물으시니 그렇다고 대답하니라. 증산성사께서 “그 일을 어느 모해자가 밀고하므로써 너의 부친이 해를 입었느냐”고 하시니 경석이 낙루하며 “그렇소이다”고 대답하니라. 또 가라사대 “너의 형제가 음해자에게 복수코자 함은 사람의 정으로는 당연한 일이나  너의 부친은 이것을 크게 근심하여 나에게 고하니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라. 이제 해원 시대를 당하여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하나니 만일 너희들이 이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후천에 또 다시 악의 씨를 뿌리게 되니 나를 쫓으려거든 잘 생각하여라” 하시니라. 경석이 세 아우와 함께 옆방에 모여 서로 원심을 풀기로 정하고 증산성사께 고하니 증산성사께서 “그러면 뜰 밑에 짚을 펴고 청수 한 동이를 떠다 놓은 후 그 청수를 향하여 너의 부친을 대한 듯이 마음을 돌렸음을 고백하라” 하시니 경석의 네 형제가 명을 쫓아 행하는데 갑자기 설움이 복바쳐 방성 대곡하니라. 이것을 보시고 증산성사께서 “너의 부친은 너희들이 슬피 우는 것을 괴로워하니 그만 울음을 그치라” 이르시니라. 그 후에 ‘천고춘추 아방궁 만방일월 동작대(千古春秋阿房宮 萬方日月銅雀臺)’란 글을 써서 벽에 붙이시며 경석으로 하여금 항상 마음에 두게 하셨도다.


◐ 천고춘추 아방궁 만방일월 동작대(千古春秋阿房宮 萬方日月銅雀臺); 아방궁은 진시황이 천고춘추 즉 영원한 권세를 누릴 줄 알고 지은 궁궐이고, 동작대는 조조가 만방일월 즉 온 세상을 정복한 줄 알고 지은 樓臺(누대)이다. 하지만 인간이 누리는 욕망의 시간이란 寸刻(촌각)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욕망을 자제하고 항상 남에게 덕 베풀기에 힘쓴다면 萬古(만고)에 빛날 것이요, 萬方(만방)에 존경받을 것이다. 만방일월 동작대는 조조가 동작대를 지어놓고 그 위세를 떨치고자 하였으나 병들어 허망하게 죽어버렸으니 경석으로 하여금 왕후장상의 꿈을 버리고 진정 증산성사의 뜻을 따르라는 교훈을 주신 것이다. 즉 왕후장상의 꿈을 버리고 진정으로 옥황상제님의 뜻을 받들어 광구천하 하라는 뜻이다.


16. 하루는 증산성사께서 자신이 하시는 일을 탕자의 일에 비유하시니라. “옛날에 어떤 탕자가 있었느니라. 그는 자신이 방탕하여 보낸 허송 세월을 회과 자책하여 내 일생을 이렇게 헛되게 보내어 후세에 남김이 없으니 어찌 한스럽지 아니하리요. 지금부터라도 신선을 만나서 선학을 배우겠노라고 개심하니라. 그러던 차에 갑자기 심신이 상쾌하여 지더니 돌연히 하늘에 올라가 신선 한 분을 만나니라. 그 신선이 네가 이제 뉘우쳐 선학을 뜻하니 심히 가상하도다. 내가 너에게 선학을 가르치리니 정결한 곳에 도장을 짓고 여러 동지를 모으라고 이르니라. 방탕자는 그 신선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고 동지를 모으기 시작하였으나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방탕을 알고 따르지 않는지라. 겨우 몇 사람만의 응락을 받고 이들과 함께 도장을 차렸던 바 갑자기 천상으로부터 채운이 찬란하고 선악소리가 들리더니 그 신선이 나타나서 선학을 가르쳤도다.”


17. 그리고 하루는 종도들에게 지난날의 일을 밝히시니라. “최풍헌(崔風憲)이라는 고흥(高興) 사람은 류 훈장(柳訓長)의 하인인데 늘 술에 취해 있는 사람과 같이 그 언행이 거칠으나 일 처리에 남보다 뛰어난지라 훈장은 속으로 그 일꾼을 아꼈도다. 훈장은 왜군이 침입한다는 소문에 민심이 흉악해지는 터에 피난할 길을 그에게 부탁하였으되 풍헌은 수차 거절하다가 주인의 성의에 이기지 못하여 가산을 팔아서 나에게 맡길 수 있나이까 고 물었느니라. 류 훈장이 기꺼이 응낙하고 가산을 팔아서 그에게 맡겼도다. 풍헌은 그 돈을 받아 가지고 날마다 술을 마시며 방탕하여도 류 훈장은 아예 모르는 체 하더니 하루는 최 풍헌이 죽었다는 부고를 받고 뜻밖의 일로 크게 낙담하면서 풍헌의 집에 가서 보니 초상난지라. 그는 하는 수없이 그의 아들을 위로하고 혹 유언이나 없었더냐고 물으니 그 아들이 “류 훈장에게 통지하여 그 가족들에게 복을 입혀 상여를 따라서 나를 지리산(智異山) 아무 곳에 장사하게 하라”고 전하니라. 이 유언을 듣고 류 훈장은 풍헌을 크게 믿었던 터이므로 집에 돌아와서 가족에게 의논하니 다만 큰아들만이 아버지의 말씀을 쫓는도다. 사흘이 지나 모두들 운상하여 지리산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산상에서 상여를 버리고 이곳으로 빨리 오르라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모두 그 쪽을 바라보니 최풍헌이라. 모두들 반겨 쫓아 올라가니 그 곳의 집 한 채에 풍부한 식량이 마련되어 있느니라. 다시 최풍헌을 따라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그가 가리키는 대로 내려다보니 사방이 불바다를 이루고 있는지라. 그 까닭을 물으니 그는 왜병이 침입하여 마을마다 불을 지른 것이라” 이르도다.


18. 증산성사께서 깊은 밤중에 태인읍에서 종도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서 공사를 행하신 후에 그들에게 “이 공사에 천지 대신명이 모였으니 그들이 해산할 때에 반드시 참혹한 응징이 있으리라”고 말씀을 마치시자 뜻밖에 태인읍으로부터 군중의 고함소리가 일어나는지라. 종도들이 증산성사를 모시고 산에서 내려와 이를 살피니 군중이 신 경현(辛敬玄)의 주막에 뛰어들어가서 세간살이와 술항아리를 모두 부쉈도다. 원래 신 경현은 술 장사를 시작한 이후 읍내 청년들의 호감을 얻어서 돈을 모았으나 그 청년들이 궁핍하면 냉대하므로 그들이 그의 몰인정에 분개하여 습격한 것이었도다. 그 이튿날 증산성사께서 경현의 주막에 가시니 그 부부가 서로 울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 하거늘 증산성사께서 아무 말씀을 않고 경현의 부인에게 술을 청하였으나 그 여인이“술 항아리를 모두 깨었으니 무슨 술이 있으리까”고 말하거늘 가라사대“저 궤속에 감추어 둔 소주를 가져오라” 하시니라. 그 여인은 당황하여 “선생님 앞에서는 조금도 숨길 수 없나이다”고 말하면서 적은 병에 담겨있는 소주를 따라 올리니 증산성사께서 경현 부부에게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이 다 나에게 있는 것이지 위치에 의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후로 모든 일을 잘 생각하여 할지어다. 그렇게 하면 앞 길이 다시 열리고 영업이 흥성하리라”고 타이르시니라. 이 부부는 타이르신 대로 이사를 중지하고 허물을 고치고 장사를 계속하더니 얼마 안 되어 영업이 다시 흥성하여지니라.


19. 증산성사께서 일찍 손바래기 시루산에서 호둔을 보시고 범의 성질이 너무 사나와 사람을 잘 해친다 하기에 그 성질을 알아보시니라.

“사람이 전부 돼지같은 짐승으로 보이니 범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사람들이 그 피해를 심하게 입을 것이므로 종자를 전할 만큼 남겨두고 번성치 못하게 하였노라”고 종도들에게 이르셨도다.


20. 증산성사께서 최익현(崔益鉉)이 순창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라사대 “일심의 힘이 크니라. 같은 탄알 밑에서 임낙안(林樂安)은 죽고 최면암(崔勉菴은 살았느니라. 이것은 일심의 힘으로 인함이니라. 일심을 가진 자는 한 손가락을 튕겨도 능히 만리 밖에 있는 군함을 물리치리라” 하셨도다. 증산성사께서 최익현의 만장을 다음과 같이 지으셨도다.


讀書崔益鉉 義氣束劍戟 十月對馬道 曳曳山河橇

독서최익현 의기속검극 십월대마도 예예산하취


◐  글만 읽던 최익현이 충의로써 의병을 일으켰으나 시월이면 대마도로 끌려가 고국을 떠나리라. 이 말씀은 최익현의 의기는 가상하나 천운을 거슬러 무고한 생민을 많이 죽이겠기에 증산성사께서 공사로 그 세력을 거두신 내용이다.


21. 죄는 남의 천륜을 끊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나니 최익현이 고종(高宗)부자의 천륜을 끊었음으로 죽어서 나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볼지어다.


22. 조선 같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 이 세상에 없도다.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고자 제각기 소원에 따라 부족함이 없이 받들어 줄 것이므로 도인들은 천하사에만 아무 거리낌 없이 종사하게 되리라.


23. 세계의 모든 족속들은 각기 자기들의 생활 경험의 전승(傳承)에 따라 특수한 사상을 토대로 색다른 문화를 이룩하였으되 그것을 발휘하게 되자 마침내 큰 시비가 일어났도다. 그러므로 증산성사께서 이제 민족들의 제각기 문화의 정수를 거두어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도다.


◐ 세계의 각 민족들은 국가를 만들고 각기 자기들의 생활 경험을 기록하고 발전시켜서 각기 독특한 문화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선천은 상극시대인지라 서로 문화를 교류하지 못하고 서로 자기들의 우월성만을 주장하고 이기고자 서로 다투어 마침내 세상에는 많은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종교전쟁이나 민족전쟁이다 프랑스 나폴레옹의 국수주의적 성향이 드러낸 나폴레옹 원정과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 무솔리니 등에 의해 일어난 세계 1차 • 2차 세계대전은 바로 민족전쟁의 예이다. 이러한 전쟁은 각 민족의 문화 바탕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의 우월성을 내세워 다른 민족을 지배하려는 야심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민족의 문화는 오랫동안 전해지고 축적된 것이므로 각기 뛰어난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서로 융화하여 합한다면 인류의 삶은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증산성사께서 세계 각 민족의 문화의 정수를 거두어서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다. 증산성사께서 이러한 문화의 정수를 뽑아 합치는 공사를 체결하심으로써 오늘날에는 전 세계가 서로 교류하고 서로 배우고 익혀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4. 증산성사께서 교훈하시기를 “인간은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 큰 병에 걸리느니라. 이제 먼저 난법을 세우고 그 후에 진법을 내리나니 모든 일을 풀어 각자의 자유의사에 맡기노니 범사에 마음을 바로 하라. 사곡한 것은 모든 죄의 근본이요. 진실은 만복의 근원이 되나니라. 이제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에게 임하여 마음에 먹줄을 겨누게 하고 사정의 감정을 번갯불에 붙이리라. 마음을 바로 잡지 못하고 사곡을 행하는 자는 지기가 내릴 때에 심장이 터지고 뼈마디가 퉁겨지리라. 운수야 좋건만 목을 넘어가기가 어려우리라.”


◐ 증산성사께서 도의 근원이 끊어진 천 • 지 • 인 삼계를 구하시고자 강세(降世)하셔서 후천 오만 년의 선경 세상의 천지공사를 해두시고 증산성사 누이동생 선돌부인을 통하여 조정산성사께 봉서(封書)를 전해 준 것이 현무경(玄武經)과 진법주(眞法呪)이다. 40년간에 걸쳐 설계하신 천지공사를 선도(宣道)라 하는 것이다. 이 현무경(玄武經)과 진법주(眞法呪)에 따라 조정산성사께서 50년 공부 종필로써 후천 오만 년 도(道)의 법방을 짜두셨다. 이것을 창도(創道)라 한다. 그 창도하신 법방이 바로 대순진리회 공부 법방인데, 이 공부 법방으로는 앞으로 오는 병겁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를 할 때는 진법주(眞法呪)로써 공부하는데 증산성사께서 진법주를 짜실 때 난법으로 세워 이것을 조정산성사께 주신 것이다. 즉 천부적 종통 계승자에 의해 진법이 정해져 연원의 맥이 이어져 내려가도록 하신 증산성사의 유지(遺志)인 것이다. 인간은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 큰 원을 품게 되니, 증산성사께서 누구든지 자기 자유의사에 맡겨 판단할 수 있도록 하셨다. 모두가 허황된 욕심에 차서 자신이 종통(宗統)을 계승하리라 생각하고 초장 봉기와 같이 일어나게 되니 진법을 내놓아 그들에게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먼저 난법을 세워 두고 천부적인 종통 계승자가 아니면 절대 진법이 정해질 수 없도록 하여 진법을 보호하신 것이다. 그래서 조정산성사께서는 천부적으로 정해지신 분으로써 증산성사의 유지(遺志)에 따라 난법으로 세워 두신 진법주(眞法呪)를 천부적 종통 계승자가 진법으로 바꾸는 이 법을 남기신 것을 조정산성사의 유법(遺法)이라 한다. 이 유법에 따라 박우당께서도 진법주에 난법이 세워졌던 것을 진법으로 정하시고 대순진리회를 창설하시어 대순진리의 꽃을 피웠다. 이것이 박우당의 개도(開道)이다. 이번에도 박우당 화천하신 후 조정산성사의 유법에 따라 진법주의 난법을 천부적으로 정해진 사람인 상도 박성구 선감이 진법주에 난법으로 세워졌던 것을 진법으로 정하고 이것을 傳道(전도)하였다. 이 분은 스스로 道(도)를 이루어 獨成(독성)이라 한다. 당신이 道(도)의 本體(본체)이기 때문에 49일 공부를 하지 않고도 覺道(각도)를 이루었다. 그래서 수많은 책을 펴내면서 전도를 하였다. 이것이 박 성구미륵세존님의 傳道(전도)이다.  道(도)의 本體(본체)임을 알지 못하였으나 그러나 천부적으로 정해진 사람인 이 분이 道(도)의 本體神(본체신)임을 밝히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全無(전무) 後無(후무)한 참 眞法(진법)을 정하시어 진정한 천주(옥황상제닌)를 모시고 후천 5만년 용화세상을 선도(宣道)해 나갈 1만2천 도통군자를 찾는 것을 성도(成道)라 한다. 이것이 大巡(대순=◯)이다. 이것이 五行(오행)으로 五運(오운)의 氣運(기운)이 돌아야 원시반본으로 도가 완성이 되어 成道(성도)가 되는 것이다. 교운 1장 44절에 보면

 “羞耻 放蕩神道統 春之氣放也 夏之氣蕩也 秋之氣神也 冬之氣道也 統以氣之主張者也 知心大道術(수치 방탕신도통 춘지기방야 하지기탕야 추지기신야 동지기도야 통이기지주장자야 지심대도술)” 라고 하였다. 이 말은 도인이 철을 모르니 부끄럽다고 개탄 하였다. 봄은 방이고, 여름은 탕이고, 가을은 신이고, 겨울은 도이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야 도통을 주장하는 주장자가 나오니 이것을 마음으로 깨달아야 대도의 도술에 통한다. 고 하였으니 진짜 도의 주인은 네 번째 박성구도전님이시다. 그래서 다섯 번째로 오신분이 박성구도전님을 옥황상제님으로 밝혀 모신 것이다. 이제 옥황상제님의 원위(元位)가 바르게 밝혀져 모셔진 곳에서 진법이 나오니 이곳이 바로 천부적 종통의 맥이 연결된 곳이다. 그러므로 천부적 맥이 연결된 이곳을 인정하지 않으면 맥이 떨어진다. 그러니 범사에 마음을 바로 하여 허황된 욕망을 자제하여 천부적으로 정해진 사람을 찾아 진법을 찾을 때, 참다운 운수가 있는 것이다.


25.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요란하게 치는 어느 날 증산성사께서 종도들에게 가라사대 “뒷날 출세할 때는 어찌 이러할 뿐이리요. 뇌성 벽력이 천지를 진동하리라. 잘못 닦은 자는 앉을 자리에 갈 때에 나를 따르지 못하고 엎드려지리라. 부디 마음을 부지런히 닦고 나를 깊이 생각하라” 하셨도다.


26. 옛적에 신성(神聖)이 입극(立極)하여 성, 웅(聖雄)이 겸비해야 정치와 교화를 통제 관장(統制管掌)하였으되 중고 이래로 성과 웅이 바탕을 달리하여 정치와 교화가 갈렸으므로 마침내 여러 가지로 분파되어 진법(眞法)을 보지 못하게 되었느니라. 이제 원시반본(原始返本)이 되어 군사위(君師位)가 한 갈래로 되리라.


◐ 상고(上古)때는 인세(人世)에 제왕(帝王)이 내려와서 도(道)를 세워 정교(政敎)를 한 갈래로 가르치고, 다스려서 태평시대(太平時代)를 구가하였으니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제왕(帝王)이 ‘요 • 순 • 우 • 탕 • 문 • 무 • 주공’이다. 그러나 중고(中古) 이래로 제왕은 오지 않고 성인(聖人)이 와서 도(道)를 가르치기는 하였으되 도(道)로써 다스리지는 못하였고, 영웅이 할거하여 천하를 다스리자 정치와 교화는 갈라져 세상은 도(道)가 바르게 서지 못하고, 마침내 도(道)의 근본(根本)이 끊어지게 되니,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진법(眞法)이 사라지자, 각기 분파되어 서로 반목 쟁투하니 세상은 참혹하여졌다. 도(道)의 根源(근원)이 끊어져 진멸지경에 처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옥황상제님께서 인신(人身)을 빌어 강세하셨으니 ‛박 성구’이시다. 그리하여 옥황상제님께서 천하창생들을 구하기 위해 전대 미증유의 도(道)를 내놓으셨으니, 곧 후천 오만 년을 다스려 갈 완성된 진법(眞法)이다. 이제 무도한 세상에 이 법을 가르쳐서 도(道)를 세우고 이 법으로써 다스려지는 세상이 바로 후천 정역 세상이요, 후천 선경 세상인 것이다. 이때는 원시반본(原始返本)되는 때라 옛날 제왕이 도(道)를 가르치고, 다스렸듯이 이제 다시 군사위(君師位)가 한 갈래로 되어 정치와 교화를 한 가지로 하여 가르치고, 다스려 천하에 진법을 바르게 세울 스승이 될 ‘1만2천 도통군자(一萬二千道通君子)’들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27.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사의(四義)를 쓰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 만물이 생성되고 화육되는 데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생·장·염·장이 그것이다. 나서, 자라고, 열매 맺고, 갈무리하는. 그것을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사의(四義)라고 한다.
식물을 잘 관찰해보면 씨앗이 움이 터서 싹이 나면 먼저 두개의 떡잎이 달린다. 이 두개의 떡잎은 실제로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양분을 제공해주는 계란 노른자와 같은 영양덩어리이다. 식물은 이 떡잎에 함유되어있는 영양분을 거름으로 하여 자란다. 떡잎의 영양분을 섭취함으로써 잎이 달리고 줄기가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떡잎은 떨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맡은 일을 다 한 것이다. 잎과 줄기가 무성히 자라고 나면 꽃이 핀다. 그리고 이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맺어지고, 그 열매는 씨앗으로 남아 긴 겨울 동안 갈무리되고 이듬해 봄 다시 파종된다. 이것이 식물의 한살이이다. 식물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의 한살이 역시 이 싸이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도(道)가 창성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나의 씨앗에서 싹이 나서 떡잎으로 되고, 잎이 무성해지고 그리고 꽃이 피고,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맺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뿌려진 하나의 씨앗은 무극(无極)이다①. 여기에서 싹이 나서 떡잎이 달린 단계가 태극이다②. 이 두 단계를 담당해서 도의 뼈대를 세운 분이 도주 조정산이다. 다음 단계로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만발하여 벌 나비가 모여드는 것이 대순(大巡)이다③. 이 단계를 담당한 분이 대순진리회의 도전 박우당이셨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맺히는 것, 이 열매에는 주인④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도 박성구도전님이 이 열매의 주인이시다. 다음 단계로는 이 열매를 추수할 일꾼⑤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五行(오행)의 기운인 오선위기 도수가 마무리 되며 일만 이천의 도통군자로 창성하게 되는 것이 무위이화의 법칙이다. 이 일만 이천의 도통군자는 새롭게 수확된 열매에 해당하며 이 일만 이천의 도통군자를 끌고 가는 책임자가 대두목인 것이다. 이는 곧 한 알의 씨앗에서 수 없이 많은 열매로 배출되는 농사의 이치이며 생·장·염·장의 법칙이니 이것이 곧 섭리(攝理)라 하겠다.

※ 무위이화(無爲而化); ① 애써 공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하여 잘 이루어짐. ② 성인의 덕이 크면 클수록 백성들이 스스로 따라나서 잘 감화됨.

老子(노자)는 말한다. “道(도)는 언제나 無爲(무위)이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일체를 하고 있다. 즉 보이지 않는 그 속에서 생장염장이 다 이루어진다.

                                        

28. 그러므로 될 일을 못 되게 하고 못 될 일을 되게 하여야 하나니 손빈(孫臏)의 재조는 방연(龐涓)으로 하여금 마능(馬陵)에서 죽게 하였고 제갈량(諸葛亮)의 재조는 조조(曺操)로 하여금 화용도(華容道)에서 만나게 하는데 있느니라.


29. 천지종용지사(天地從容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천지 분란지사(天地紛亂之事)도 자아유지하나니 공명지 정대(孔明之正大)와 자방지 종용(子房之從容)을 본 받으라.


◐ 천지종용지사자아유지(天地從容之事自我由之) 천지분란지사자아유지(天地紛亂之事自我由之); 천지가 따르는 일도 나로부터 연유되고, 천지가 어지럽게 나뉘는 일도 나로부터 연유된다. 그러므로 제갈량(諸葛亮) 공명(孔明)의 읍참마속(泣斬馬謖)과 같은 정대(正大)함을 본받고, 장량(張良) 자방(子房)이 자기가 처해진 상황의 기색(氣色)을 잘 살펴 조용히 천하기운의 순리를 따라갔음과 같은 종용(從容)을 본받으라.’는 뜻이다.

※ 孔明之正大(공명지정대);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220∼263)의 정치가이자 전략가였던 제갈량(諸葛亮:181~234)의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일처리를 높이 평가한 말이다. 제갈량의 공명정대한 일처리와 관련하여 전해오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마속과 제갈량에 관한 일화이다. 서기 228년 제갈량이 47세 되던 해의 일이다. 삼국통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때를 기다리던 제갈량은 중원(中原)의 젖줄기라 할 수 있는 가정(佳亭)을 점령하기 위해 직접 북정(北征)의 길에 올랐다. 당시 상황은 누가 먼저 가정을 점령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중대한 상황이었다. 이때 제갈량은 가장 중요한 전투에서 부하 마량(馬良)의 아우 마속(馬謖)을 선봉장으로 발탁하게 된다. 마속은 제갈량으로부터 그의 재주를 인정받았고, 제갈량의 남정(南征) 때 전략의 기본방침을 제의하여 제갈량이 채용했을 정도로 제갈량과는 신의가 두터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선봉장 마속은 의기충천하여 산 위에다 진을 치지 말라는 공명의 말을 무시하고 산 위에다 진을 쳤다. 이를 기회로 적장 사마중달이 즉시 보급로를 차단시키자 마속은 전쟁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하게 된다. 마속은 이전에 제갈량이 매우 신임했던 인물이었지만 제갈량은 눈물을 뿌리면서도 공명정대하게 마속을 베고 만다.

※ 子房之從容(자방지종용); 한(漢)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공신(功臣)이었던 장량(張良:?~BC 168)은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써 권력 앞에 함부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순리를 따라 처신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장량은 어떠한 경우에도 처해진 상황의 기색(氣色)을 잘 살펴서 그 기운의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여 막힘이 없게 하였는데, 이러한 자방지종용(子房之從容)의 대표적인 예가 “홍문(鴻門)의 연회(宴會)” 사건이다. ‘홍문의 연회’란 초나라와 한나라가 天下(천하)를 두고 다툴 때 두 맹주 항우와 유방이 참석했던 연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방이 진나라를 멸하고 함곡관(函谷關)에 병사를 주둔시켰을 때의 일이다. 항우도 40만 대군을 이끌고 홍문(鴻門)으로 진격해 왔다. 그때 항우의 진영에 유방의 부하가 찾아와 유방이 스스로를 ‘관중왕(關中王)’이라 칭하고 있다고 밀고(密告) 했다. 이를 들은 항우는 화를 내며 유방을 치기로 결정하고 전군 총공격을 명령했다. 이때 항우의 숙부로 항백(項佰)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유방이 큰 그릇임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이 사실을 유방에게 알려 주고 내일 아침 일찍 항우를 찾아가 사죄하라고 일러 주었다. 항백의 충고를 들은 유방은 항우를 찾아가 그의 오해와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이에 기분이 좋아진 항우는 홍문에서 주연을 베풀어 유방을 위로해 주었다. 이때 항우의 책사인 범증(范增)도 함께 있었는데 그는 이 기회에 유방을 죽이지 않으면 후한(後恨)이 있을 것을 걱정하여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라고 간언했다. 하지만 자신의 힘을 과시하던 항우는 유방과의 이야기에서 유방이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빈약한 존재라고 믿어버리고 유방을 죽일 마음이 없어졌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마음이 초조해진 범증은 장수 항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왕은 지금 유방의 말장난에 넘어가고 있다. 그대가 검무(劍舞)를 추다 기회를 봐서 유방을 찔러 죽여라.” 범증의 지시를 받은 항장은 연회에 참석하여 유방에게 술을 따른 후 정중하게 말했다. “진중군부대 내이라 변변한 대접을 못해 드려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칼춤을 추어 흥을 돋우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항장은 곧바로 칼을 빼어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를 본 항백은 유방의 목숨이 위급하다고 여겨 자신도 칼을 빼어 유방을 감싸면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방의 목숨이 풍전등화(風前燈火)임을 안 유방의 참모 장량(張良)은 얼른 밖으로 나가 장수 번쾌에게 말했다. “사태가 위급하다. 항장의 검무는 속임수다. 속마음은 패공을 죽이려는 것이다.” 번쾌는 이 말을 듣자마자 경비병을 물리치고 술자리에 뛰어 들어갔다. 그 기세에 압도된 항우가 번쾌에게 술을 따라주는 사이, 장량은 유방을 불러내어 탈출했다. 이후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을 뒤쫓을 것을 간하였으나 항우는 이를 무시하였고 결국은 유방의 손에 그가 죽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외에도 장량이 행한 수많은 업적 덕분에 유방은 항우를 꺾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방은 한나라를 창업한 후 자신의 천하통일을 도운 공신들의 지략을 심히 경계하여 모두 숙청하려 하였다. 그러자 이러한 낌새를 알아차린 장량은 유방의 숙청이 실행되기 전에 유방에게 자기는 초야(草野)에 묻혀 조용히 도(道)나 닦으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하여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듯 장량은 항우와 유방의 싸움에서 유방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도록 공을 세울 때나, 후에 권력의 폐해를 피해 초야로 숨을 때나 조용히 천하기운의 순리를 따라갔던 것이다. 이것이 자방의 종용(從容)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