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증산 성사께서 어느 날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으로 인하여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공사를 행하시니라.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의 기록에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 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고 하셨도다.
● 단주(丹朱)의 원(怨)
중국 한(漢)나라 무제 때 역사가(歷史家)인 사마천(司馬遷)이 편찬한 『 사기史記 』 제왕편(帝王篇)에는 이때의 상황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옛날 중국에는 오제시대(五帝時代)가 있었다. 소호(少昊)․전욱(顓頊)․제곡(帝嘗)․당요(唐堯)․우순(虞舜) 등의 천자(天子)를 오제(五帝)라고 하는데, 이들 중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기를 일컬어 ‘요순시대(堯舜時代)’라 하여, 천하가 태평성대를 누리던 시대였다.
요(堯)임금을 제요(帝堯) 또는 당요(唐堯)라 하며, 이름은 방훈(放勛)이었으며, 천자(天子) 제곡(帝嘗)의 아들이다. 그의 인덕은 마치 하늘과 같아서 만물에 고루 혜택을 주었다.
어느 날 나이가 든 요임금은 제위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누구에게 천자의 자리를 맡겼으면 좋겠는가?”
신하 방제(放齊)가 대답하였다.
“적자(嫡子)이신 단주(丹朱)께서 매우 총명하십니다.”
방제는 당연히 요임금의 정실 자식에게 제위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임금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단주는 송사(訟事)를 좋아하니 덕이 없다. 등용할 수 없다.”
요임금은 재판을 걸어 죄를 묻는 것보다 덕으로 용서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인물을 원했던 것이다.
이때 다른 신하가 한 인물을 추천하였다.
“공공(共工)으로 말하면 자신의 인덕에 의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으니, 나라를 능히 다스릴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를 등용 할만 합니다.”
“공공은 말을 잘하여 사람을 그 주변으로 끌어 모으나, 막상 일을 맡기면 비뚤어진 마음이 나타난다. 그의 태도는 매우 공손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늘을 우습게보고 있으니, 등용할 수 없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든 신하들이 입을 모아 또 한 명의 인물을 추천하였다.
“곤(鯤)이라면 능히 나라를 다스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곤은 나의 명령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친목을 깨뜨렸다. 가족의 화친을 도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어찌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태평천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 역시 등용할 수 없다.”
요임금이 곤도 역시 거절하였다.
요임금이 찾던 인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요임금은 신하들에게 다시 말하길
“짐은 벌써 제위에 오른 지 70년이나 되었는데, 이 자리를 받을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구나. 경들 중에서 누구든지 천명(天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제위를 계승하라.”
원로대신 사악(四嶽)들이 신하들을 대표하여 말하였다.
“저희들은 속되고 덕이 없으며, 만약 제위에 오르더라도 그 자리를 욕되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짐의 친족이 되는 신분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등지고 숨어사는 사람이라도 좋으니, 적임자를 한번 추천해 보라.”
요임금이 답답하다는 듯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한 신하가 말하였다.
“천하의 현자로 알려진 허유(許由)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를 데려 오라.”
신하들이 허유를 찾아 나서자, 허유는 임금이 되는 걸 사양하고 기산(箕山)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못 들을 말을 들었다 하여 냇가의 물에 귀를 씻었다. 마침 그때 소를 몰고 지나가던 사람이 허유에게 물었다.
“왜 귀를 씻습니까?”
“요임금이 나에게 제위를 물려주려 한다는 말을 들어 귀를 더럽혔기에 씻고 있습니다.”
소를 몰고 가던 사람은 그 물이 또한 더럽다 하여 더 위로 올라가 자기의 귀를 씻은 후에 소의 귀까지 씻기면서 “너도 들었으니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유가 산속으로 숨어버리고 나자, 요임금은 다시 신하들에게 마땅한 사람을 추천하라고 하였다. 그때 신하들이 입을 모아 한 사람을 추천하였다.
“어떤 지위도 없이 숨어서 사는 우순(虞舜)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요임금의 얼굴이 밝아졌다.
“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됨됨이는 어떠한가?”
사악(四嶽)들이 말하였다.
“순은 맹인의 아들입니다. 그의 부친은 덕이 없고, 모친은 말이 많고, 아우는 교만합니다. 그러나 순은 능히 효도로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고, 언제나 착한 길로 인도하여 가족들로 하여금 간악한 일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요임금은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의 두 딸을 우순에게 시집보내, 그의 덕이 그녀들을 어떻게 감화시키는지 관찰하기로 하였다.
순은 곧 두 여자를 아내로 맞아 부덕(婦德)의 도를 가르쳤다. 천자의 딸로 부귀영화를 누리던 두 여자는 순박한 농부의 아내가 되었지만, 남편 순에게 순종하여 부녀자로서의 도리를 배웠다.
또한 요임금은 순에게 다시 백관을 통솔하게 하였는데, 곧 백관의 정무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외부에서 오는 빈객들을 접대하게 했더니, 빈객들이 모두들 그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다시 치수사업(治水事業)에 전념케 했더니, 그는 지혜와 담력으로 폭우나 뇌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게 하였다.
이러한 시험을 거친 결과 요임금은 순을 성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대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미진한 바가 없었다. 또 그대는 헛발을 짚지 않고, 이를 실천에 옮겨 큰 실효를 거두었다. 짐은 그대를 천자로 추천하고, 이제부터 나라의 섭정(攝政)에 임하도록 하겠다.”
그러자 순은 아직 덕이 부족하다며 거절하였다. 요임금은 제위에 오르는 것까지 즐겨하지 않는 그를 보고 더욱 마음에 들어 하였다. 요임금은 순을 등용하여 나라 일을 두루 맡겼으며, 등용 20년만에 요임금은 그에게 섭정(攝政)을 시켰다. 이때 순의 나이 50세였다.
그때 요임금은 불초한 단주에게 제위를 물려주는 것보다는 현자인 순에게 제위를 물려주면 온 천하는 즐거움을 얻고 괴로움은 단주 혼자만 당하는 것이 더 옳다고 판단했다.
요임금은 순에게 섭정을 시킨 지 8년만에 98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때 순임금 나이 58세였으며, 3년상을 치루고 61세 때는 제위에 올라 순임금이 되었다.
순은 요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3년상을 치른 후, 천자 자리에서 밀려난 단주가 원을 품고 있음을 알고, 천자의 자리를 단주에게 양위하고 자신은 황하의 남쪽 땅으로 피신하여 살았다. 그러나 제후들은 단주에게 가지 않고 순에게로 가서 인사를 드렸으며, 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단주보다는 순을 찾아갔다. 천자의 덕을 말하는 사람들도 단주를 찬미하지 않고 순을 칭송하였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자 자연히 단주는 천자의 위(位)에 있지 못하고 변방의 제후위로 밀려났다.
순은 이것이 천명임을 알고 다시 천자의 제위를 받아들였다.
아버지 요임금이 우순을 뽑아 천자의 위를 물려주자 단주가 울분을 터트렸다. 그러자 요임금은 단주에게 바둑판을 물려주면서 바둑이나 두며 덕을 닦으라고 훈계하며 무이구곡산(武夷九曲山)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단주는 요임금이 바둑판을 물려주며 ‘후천(後天)운을 기다리라’한 깊은 뜻을 알 길이 없어 가슴에 맺힌 원은 깊어만 갔다.
단주는 나날이 천하를 빼앗겨 버린 원한을 품고 지내다가 순임금이 재위 39년만에 남방(南方)을 순시(巡視)할 때 광서성 부근의 창오(蒼梧) 들판에서 독화살을 쏘아 순을 죽여 버렸다.
그러자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마주치는 소상강(瀟湘江)에서 순의 죽음을 전해들은 두 왕비는 소상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때 두 왕비의 가슴에 맺힌 천추의 원한이 소상강 강변에서 자라던 대나무에까지 번져 들어갔으니 지금도 이곳에서는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 하여 핏빛보다 선명한 보랏빛 반점이 있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로써 단주가 품은 한은 순의 두 아내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에게로 전해졌고, 이로부터 원(冤)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인류의 참혹한 재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강증산 성사께서는 원(冤)의 시작이 되는 단주의 원을 풀어서 이것을 실마리로 하여 천하에 가득찬 원을 풀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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