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고사(故事)

● 심법전수(心法傳受)

고도인 2008. 5. 27. 07:35

강증산 성사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서전(書傳) 서문을 많이 읽으면 도(道)에 통(通)하고

대학상장(大學上章)을 되풀이 읽으면 활연 관통한다” 하셨느니라. 


서전(書傳) 서문(序文)은 주자(朱子)가 서경(書經)을 집필한 후 그의 사위인 채침(蔡沈)에게 서문을 적을 것을 유언하였으므로 채침이 10년에 걸쳐서 서전의 진수를 간파하여 요의를 적은 글이다. 서전서문을 많이 읽으면 도에 통한다함은 서전서문에 요ㆍ순ㆍ우의 심법 전수를 설명하였고 이것을 알면 도에 통한다는 의미이다.


精一執中 堯舜禹相授之心法

정일집중 요순우상수지심법

建中建極 商湯周武相傳之心法

건중건극 상탕주무상전지심법


오직 일심을 갖고 도를 잃지 않음은 요 · 순 · 우가 서로 전한 심법(心法)이요, 중용의 도를 세워 만민의 삶의 푯대를 세움은 상의 탕과 주의 문이 서로 전한 심법(心法)이다.


심법전수(心法傳受)


강증산 성사에서부터 종통계승은 요순우상수지법(堯舜禹相授之心法)과 같이 모두 심법전수로 이루어져 내려왔으므로 일반적인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심법전수는 서로 간에 마음으로 통하여 의사를 주고받으므로 그 마음을 통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실제 예를 오조 홍인과 육조 혜능의 예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리달마에 의해 중국에 전해진 불교의 종맥은

오조(五祖) 홍인(弘忍)으로부터

육조(六祖) 혜능(慧能)에게로 이어졌는데,

혜능이 오조 홍인으로부터 종통의 상징인 의발(衣鉢)을 물려받을 때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혜능은 중국 남방의 영남 신주 사람으로 총명하고 본성이 매우 밝았으나 일찍 부친을 여의고 집안이 어려워 평소 장작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 보니 학문을 익힐 기회가 없었다. 그가 어느 날 시장에 나갔다가 어느 사람이 금강경을 잃는 소리에 마음이 동하여 금강경을 가르치는 하북 황매산의 오조 홍인을 찾게 되었다. 홍인이 “너는 어디서 왔으며 여기는 무엇하러 왔느냐?” 하니 혜능이 “저는 영남 신주 사람으로 성불(成佛)하러 왔습니다.”하였다. 그러자 홍인이 대뜸 “너는 오랑캐인데 어찌 성불(成佛)하랴?” 하며 꾸짖자 혜능이 “불성(佛性)에 어찌 남북이 있으리요?” 하고 대답하였다. 홍인은 이러한 문답 중에 혜능의 비범함을 보았으나 홍인은 가르침을 주지 않고 후원에서 방아를 찧게 하였다. 혜능이 황매산에 온 지 여덟 달이 지났을 때, 오조 홍인은 법을 전수하기 위해 제자들에게 깨우친 바를 시(詩)로 적게 하였다. 이때 가장 뛰어난 제자로 알려진 신수대사(神秀大師)는,


身是菩提樹      몸 이것은 보리수 나무요

신시보제수

心如明鏡臺      마음은 명경대와 같다

심여명경대 

時時勤拂式      때때로 부지런히 씻고 닦아라

시시근불식

物使惹塵埃      먼지가 어지럽히지 말게 하라

물사야진애


라는 뜻의 시(詩)를 지었다. 그런데 방아 찧는 일을 맡은 혜능은 이 시를 듣고 아직 깨우치지 못한 시라며 자신의 시를 대필하게 하였는데,

菩提本無樹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보제본무수

明鏡亦非臺      명경은 역시 대가 아니다.

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본래무일물

何處惹塵埃      어느 곳에 먼지가 일어나겠는가

하처야진애


라고 읊었다.

그 날 오후에 오조 홍인은 신수와 혜능의 시를 평가해 주었다.

“이 글을 외우면 죄에 빠지지 않고 복을 이루리라.”

이것의 신수의 시에 대한 평가이다. 홍인은 그의 시를 인정해 준 것이다.

“이 시는 깨우침이 없다. 당장 지워버려라.”

이것의 혜능의 시에 대한 평가이다. 홍인은 그의 시를 혹평했다.

하지만 홍인은 그의 의중을 숨기고 있었다.

홍인은 잠시 후 신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아직 문턱을 넘지 못하였으니 더욱 정진하라. 내일 아침에 가르침을 줄 테니 다시 오너라.”

그리고 후원에 방아를 찧고 있는 혜능을 찾아가 말을 걸었다.

“공부는 잘되어 가고 있느냐?”

혜능이 대답했다.

“해가 서산 너머로 너울너울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때 둘이 나눈 대화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혜능의 대답을 듣고 난 홍인은 주장자로 방앗대를 세 번 치고는 주장자를 뒤로 끌며 천천히 돌아갔다. 홍인의 뜻을 깨우친 혜능은 그날 밤 삼경(三更)에 뒷문을 통과하여 홍인을 찾아갔다. 홍인은 그 자리에서 혜능에게 금강경을 해설하고, 가사와 바릿대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 길로 너는 남쪽으로 가라. 그리고 시기가 익을 때까지 절대 법을 설하지 말라.”

혜능은 그 길로 야음을 틈타 이 일이 알려지면 닥쳐올 저해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갔다. 다음날 아침에 신수가 오조 홍인을 찾아갔으나 홍인은 이미 열반에 든 후였고 가사와 바릿대도 없어진 후였다. 그러자 신수가 혜명(惠明)을 시켜 급히 혜능을 �아 가사와 바릿대를 찾아오게 하였다. 원래 장수출신이었던 혜명은 날쌘 중들을 이끌고 추격하여 마침내 혜능을 잡았다. 혜명이 가사와 바릿대를 내놓으라 하자 혜능이 흔쾌이 가사와 바릿대 놓아두고 가져가라 하였다. 그러나 혜명은 그 가사와 바릿대를 들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혜명은 오히려 혜능을 따르게 되었다. 이후 혜능은 남방으로 내려가 15년 후에야 비로소 법을 설하기 시작하였으며 선종(禪宗)을 크게 융성시키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바릿대는 전해져 내려가지 못하였다.

오조 홍인은 대중이 보는 앞에서는 신수를 인정해주고 혜능을 무시하였다. 이것은 힘없는 혜능이 이미 기득권을 장악한 신수의 시기심으로 인한 저해를 받지 않게 하는 방비였다. 그리고 방앗간으로 찾아간 오조홍인과 혜능의 대화는 일반인으로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둘 만의 대화였다. 그러나 이미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지라 혜능은 홍인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장자로 방앗대를 세 번 치고 뒷짐을 지고 가는 홍인의 모습을 보고 혜능은 3경에 뒷문으로 오조 홍인을 찾아갔으며 이곳에서 금강경을 전수 받고 가사와 바릿대를 받았다. 힘이 장사였던 혜명이 가사와 바릿대를 들 수 없었던 것은 이미 혜능에게 신명(神明)이 옮겨갔음을 뜻하고 혜능이 육조(六朝)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법전수는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여 법이 전해져 내려갔던 것이다. 반면 신수는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하고 세력이 있다고 하여도 오조 홍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오조와 통하지 못하는 것이며 욕심으로 가사와 바릿대를 차지하려하여도 신명이 용납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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