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고사(故事)

옛날에 어떤 탕자가 있었다.

고도인 2008. 5. 27. 06:33

 

사람들은 도(道)의 이치(理致)를 이야기하면

‘그것이 내가 한평생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미친 소리를 그만 두라’고 한다.

증산성사께서는 도(道)의 모습을 알려주기 위하여

두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첫 번째 이야기

 

옛날에 어떤 탕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방탕하여 보낸 허송세월(虛送歲月)을 회과(悔過), 자책(自責)하여 “내 일생을 이렇게 헛되게 보내어 후세(後世)에 남김이 없으니 어찌 한스럽지 아니하리요. 지금부터라도 신선(神仙)을 만나서 선학(仙學)을 배우겠노라”고 개심(改心)하였다.

그러던 차에 탕자는 갑자기 심신(心身)이 상쾌하여지더니 돌연히 하늘에 올라가 신선(神仙) 한 분을 만났다. 그 신선이 “네가 이제 뉘우쳐 선학(仙學)을 뜻하니 심히 가상하도다. 내가 너에게 선학을 가르치리니 정결한 곳에 도장을 짓고 여러 동지를 모으라”고 일러주었다.

방탕자는 그 신선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고 동지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과거 그의 방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과거 방탕만을 보았을 뿐 개심(改心)한 그를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는 겨우 몇 사람만의 응락을 받고 이들과 함께 도장(道場)을 차렸다. 그들이 도장에서 진심으로 기도를 올리던 중 어느 순간 갑자기 천상(天上)으로부터 채운(彩雲)이 찬란하고 선악(仙樂) 소리가 들리더니 그 신선이 나타나서 선학을 가르쳤다.

 

 

두 번재 이야기


“최풍헌(崔風憲)이라는 고흥(高興) 사람은 류 훈장(柳訓長)의 하인인데 늘 술에 취해 있는 사람과 같이 그 언행이 거칠지만 일 처리에 남보다 뛰어난지라 훈장은 속으로 그 일꾼을 아꼈도다. 훈장은 왜군이 침입한다는 소문에 민심이 흉악해지는 터에 피난할 길을 그에게 부탁하였으되 풍헌은 수차 거절하다가 주인의 성의에 이기지 못하여 ‘가산을 팔아서 나에게 맡길 수 있나이까’ 하고 물었느니라. 류 훈장이 기꺼이 응낙하고 가산을 팔아서 그에게 맡겼도다. 풍헌은 그 돈을 받아 가지고 날마다 술을 마시며 방탕하여도 류 훈장은 아예 모르는 체하더니 하루는 최풍헌이 죽었다는 부고(訃告)를 받고 뜻밖의 일로 크게 낙담하면서 풍헌의 집에 가서 보니 초상이 난지라. 그는 하는 수없이 그의 아들을 위로하고 ‘혹 유언이나 없었더냐’고 물으니 그 아들이 ‘류 훈장에게 통지하여 그 가족들에게 복을 입혀 상여를 따라서 나를 지리산(智異山) 아무 곳에 장사하게 하라’고 전하니라. 이 유언을 듣고 류 훈장은 풍헌을 크게 믿었던 터이므로 집에 돌아와서 가족에게 의논하니 다만 큰아들만이 아버지의 말씀을 좇는 도다. 사흘이 지나 모두들 운상하여 지리산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산상(山上)에서 ‘상여를 버리고 이곳으로 빨리 오르라’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모두 그 쪽을 바라보니 최풍헌이라. 모두들 반겨 쫓아 올라가니 그곳의 집 한 채에 풍부한 식량이 마련되어 있느니라. 다시 최풍헌을 따라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그가 가리키는 대로 내려다보니 사방이 불바다를 이루고 있는지라. 그 까닭을 물으니 그는 ‘왜병이 침입하여 마을마다 불을 지른 것이라’ 이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