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고사(故事)

● 두율천독(杜律千讀)의 고사

고도인 2008. 5. 27. 07:56

 

두율천독(杜律千讀)의 고사

 

두율천독(杜律千讀)이란 ‘두보의 시를 천 번을 읽는다.’는 뜻으로,

두보의 시를 읽으면 사람을 비분강개(悲憤慷慨)하게 만들고 격앙시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흥에 빠져 나라를 위한 충ㆍ효ㆍ열(忠ㆍ孝ㆍ烈)의

마음이 솟아오르며 아무리 많은 적군이라고 하여도 무서워하지 않고

이겨 나갈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임진란이 일어나자 이순신은 거북선을 이끌고 남해 해전에서 승승장구 왜군을 물리치자 왜군은 보급로가 끊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되었는데 이때 왜군의 계략에 빠진 원균이 이순신을 모함하니 이순신은 삭탈관직 당하였고 이후 다시 복귀되었으나 원균은 이미 수백 척의 배를 잃어버렸고 그 자신도 죽어버렸다.

남은 배는 겨우 12척이었다. 조정에서는 싸울 수 없다고 하였으나 이순신은 아직 12척이나 남아있으므로 싸울 수 있다고 하며 전투에 임했다. 이순신은 마지막 명량해전(鳴粱海戰)에서 단 12척의 배로 일본 대선단 330척의 배를 만나 싸우게 되었다. 적군은 수백 척의 배로 몰려왔고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져 있었다.

이때 이순신은 병사들에게 칼로 뱃전을 두드리면서 두보(杜甫)의 시를 외우도록 하였다. 두보 시의 특징은 비장미(悲壯美)이다. 그러므로 두보의 시를 읽게 되면 사람의 마음이 비장해져 자신도 모르게 힘이 충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보의 시를 읽는 병사들의 사기가 충천(衝天)하였고,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적선을 물리치는 사상(史上) 유례없는 대전과를 올렸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이율곡은 이항복과 이순신으로 하여금 임진란의 가장 어려운 고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일러줌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주었던 것인데, 이것은 이미 이율곡이 임진란의 모든 상황을 미리 꿰뚫어보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의 명인들의 도력이 어디에 까지 미쳤는지 과히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천기를 안다고 하여도 이것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므로 고인은 단지 지나는 말로만 가르치고 그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하여는 발설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증산 성사께서는 김형렬로부터 이 말을 들으시고 “이항복과 이순신 같은 그런 영재가 있으면 나도 가르치리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담긴 교훈은 그 지혜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그 결실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율곡이 임진란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십만 양병설을 주장하였으나 실천 할 수 있는 영재가 없었으므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던 반면, 지나는 말로 일러준 몇 마디가 전세(戰勢)를 바꾸어 놓을 만큼 큰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율곡의 뛰어난 지혜도 있지만 그 지혜를 실천할 영재가 있으므로 가능하였던 것이다. 

강증산 성사께서는 증산성사로써 인세에 대강(大降)하셔서 구년간에 걸친 천지공사로써 후천선경을 건설할 물샐틈없는 도수를 짜놓았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대업(大業)의 완수는 일만 이천 도통군자(一萬二千道通君子)들이 창성하여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증산성사의 대업완수에 뜻을 가진 영재들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