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시게 우리네 인생
"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 가느냐?"고 굳이 묻지 마시게....
사람 사는 일에 무슨 법칙이 있고 삶에 무슨 공식이라도 있다던가?
그냥, 세상이 좋으니 순응하며 사는 것이지
보이시는가 저기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한 조각 흰 구름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지만 그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다운가
진정 여유 있는 삶이란 나 가진 만큼으로 만족하고 남의 것 탐내지도 보지도 아니하고
누구하나 마음 아프게 아니하고 누구 눈에 슬픈 눈물 흐르게 하지 아니하며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 가슴에 담고 물 흐르듯 구름 가듯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네.
'남들은 저리 사는데'하고 부러워하지 마시게 깊이 알고 보면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삶의 고통이 있고 근심 걱정 있는 법이라네.
옥에도 티가 있듯 이 세상엔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비우고 고요히 살으시게
캄캄한 밤하늘의 별을 헤며 반딧불 벗삼아 마시는 막걸리 한잔
소쩍새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어도 마음 편하면 그만이지
휘황찬란한 불 빛 아래 값비싼 술과 멋진 풍류에 취해 흥청거리며 기회만 있으면 더 가지려 눈 부릅뜨고 그렇게 아웅다웅하고 살면 무얼 하겠나
가진 것 없는 사람이나 가진 것 많은 사람이나 옷 입고,잠자고,깨고,술마시고
하루 세끼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 늙고 병들어 북망산 갈 때 빈손 쥐고 가는 것도 똑 같지 않던가
우리가 100년을 살겠나, 1000년을 살겠나?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 발버둥쳐 가져 본들한 치라도 더 높이 오르려 안간 힘을 써서 올라 본들 인생은 일장춘몽
들여 마신 숨마져도 다 내 뱉지도 못하고 눈 감고 가는 길
마지막 입고 갈 수의에는 주머니도 없는데그렇게 모두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데
이름은 남지 않더라도 가는 길 뒤편에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나 없도록
허망한 욕심 모두 버리고 베풀고 비우고 양보하고 덕을 쌓으며 그저 고요하게 살다가 조용히 떠나세나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사랑을 베풀고 살아가세 그려.
- - 좋은 글 중에서 - -
◈ 오해 / 법정스님
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 살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 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이해란 정말 가능한 걸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 하노라고 입술에 침을 바른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이해가 진실한 것이라면 불변해야 할 텐데 번번이 오해의 구렁으로 떨어진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언론 자유에 속한다.
남이 나를, 또한 내가 남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이해하고 싶을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중심적인 고정 관념을 지니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사물에 대한 이해도 따지고 보면 그 관념의 신축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걸 봐도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연인들은 자기만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열기로 하여 오해의 안갯속을 헤맨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 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불교 종단 기관지에 무슨 글을 썼더니 한 사무승이 내 안면 신경이 간지럽도록 할렐루야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뇌고 있었다. '자네는 날 오해하고 있군.자네가 날 어떻게 안단 말인가. 만약 자네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라도 있게 되면, 지금 칭찬하던 바로 그 입으로 나를 또 헐뜯을 텐데. 그만 두게 그만 둬.'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다음 호에 실린 글을 보고서는 입에 게거품을 물어 가며 죽일 놈 살릴 놈 이빨을 드러냈다.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거보라고. 내가 뭐랬어. 그게 오해라고 하지 않았어. 그건 말짱 오해였다니까.
누가 나를 추켜 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실상은 말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건 흔들리지 않는다.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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